[ 보통의 하루 ]

스팸의 귀환

알랭 2022. 10. 5. 14:08

신비로운 고기와 스팸메일

1937년 대공항기, 미국의 호멜푸드사가 남는 돼지고기의 목살과 엉덩살로 햄을 만들어 진공알루미늄 캔에 담아 스팸을 출시했다. 상온에서도 몇 년간 썩지 않고 보관이 가능해 출시 초기에는 '신비로운 고기'라고 불리기도 했다. 2차 대전에는 전투식량으로 미 극빈층 구호 식품으로 이용됐지만 전후 경제가 안정되면서 외면받는 처지가 됐다. 호멜사가 스팸을 판매하기 위해 우편 광고를 하도 많이 보내서 귀찮은 광고성 메일을 '스팸메일'이라고 부르게 됐다. 

 

'정크푸드'에서 '힙'한 음식으로

미국산이지만 정작 고향에서는 질 낮은 음식, '정크푸드'로 천대받던 스팸이 요즘 미국 대도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힙'한 음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젋은이들 사이에서 K팝, K드라마, K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등 아시아 대중문화와 음식이 '쿨'한 것으로 새롭게 인식되면서 스팸을 넣은 한국식 부대찌개, 스팸 볶음밥과 김밥, 일본식 초밥, 홍콩의 스팸 샌드위치 등이 아시아계가 많이 거주하는 하와이, 캘리포니아, 뉴욕 등을 거쳐 확산되고 있다. CNN은 이같은 스팸의 인기는 미국 기성세대는 상상할 수 없는 현상으로 10-20대가 즐겨 쓰는 소셜미디어 틱톡에서는 '스팸먹는 법'이 유행이고, 뉴욕이나 LA 등 대도시 유명식당에서도 스팸요리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fdfhttps://www.cj.co.kr/kr/brands/spam 이미지 발췌

 

과연 우리나라에서 스팸의 지위는 어디쯤에 있을까. 1950년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알려진 스팸은 구경하기도 쉽지 않은, 말 그대로 귀한 음식이었다. 가난하고 못살던 우리에게 스팸은 잘 사는 나라 미국의 맛, 그 초기 별명대로 '신비로운 고기' 맛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스팸을 넣은 여러가지 음식들이 만들어 졌고 우리는 스팸과 사랑에 빠졌다. 명절선물로 스팸 한 박스를 받으면 명절 기분이 훨씬 고조되는 것 같았다. 이제는 우리도 잘 살게 되어 의식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몸에 좋은 식재료를 엄선해서 먹는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이러다보니 신비로운 고기 스팸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귀한 음식에서 건강에 그닥 이롭지 않은 질낮은 가공육이나 정크푸드의 어디쯤으로 밀려난 것이다. 그럼에도 싸늘한 날 생각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얼큰한 부대찌게나 지글지글 잘 익은 스팸 한 점을 따끈한 밥에 얹어 먹는 상상을 멈출 수가 없다. 자주는 안먹어도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먹게되는 스팸을 쏘울푸드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다고 했던가. 우리의 스팸 사랑이 그 오명을 덮고 스팸의 본토 미국을 역습했다.  

 

 

 

원본 

‘질 낮은 음식’서 ‘힙한 음식’으로...美 젊은이 입맛 사로잡은 이 식품 by 정시행특파원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us/2022/10/05/ZMWLGH2KOBEGHP3QRGVVDLJQVU/